지식재산권
[지식재산권] 상표권 행사 자체를 막아 달라는 가처분,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전부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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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 김미래, 김지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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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자 자신의 한의원 명칭을 상표로 등록해 둔 상표권자입니다.

의뢰인은 장차 한방병원으로 확장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한의원업뿐 아니라 병원업과 의료업까지 지정업무에 포함하여 상표를 등록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상표가 등록되어 공시된 뒤, 상대방 의료법인이 오랜 기간 사용해 오던 병원 명칭을 의뢰인의 등록상표와 같은 부분을 포함하는 명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상표권자로서 상대방에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 한 통을 보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회신을 보낸 데 이어, 의뢰인이 스스로 정한 회신기한이 도래하기도 전에 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신청의 내용은 상대방의 명칭 사용을 다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반대로 의뢰인이 자신의 등록상표권에 관하여 침해를 알리거나 중단을 요구하는 행위, 거래처에 고지하는 행위, 포털사이트에 게시중단을 요청하는 행위 일체를 미리 금지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위반 1회당 일정 금액을 물리는 간접강제까지 함께 구하였습니다.

상대방이 든 근거는 하나, 등록상표 중 일부 지정업무가 불사용으로 취소될 수 있으니 의뢰인의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용되었다면 의뢰인은 유효하게 존속하는 자신의 상표권에 관하여 아무런 의사도 표시할 수 없는 국면이었습니다.

 

 

변호사의 대응.png

 

본 변호사는 의뢰인을 채무자로 대리하여 답변서와 준비서면, 참고서면을 제출하고 다음과 같이 다투었습니다.

 

(i) 본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이 권리남용 하나뿐임을 먼저 확정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주장하는 영업방해금지청구권은 의뢰인의 상표권 행사가 권리남용일 때에만 인정될 수 있으므로, 취소사유의 존부와 업무의 유사 여부는 독립한 청구원인이 아니라 권리남용을 세우기 위한 근거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ii) 본 변호사는 대법원이 세운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상대방이 그 기준이 요구하는 자료를 하나도 채우지 못하였음을 논증하였습니다.

등록상표권 행사가 권리남용인지는 상표를 출원·등록하게 된 목적과 경위, 권리를 행사하기에 이른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67223 판결).

상대방은 의뢰인의 출원·등록에 부정한 목적이 있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없고 등록의 효력도 다투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혔으며, 권리행사에 이른 사정으로 든 것은 등록부의 기재에 기초한 통지서 한 통뿐이었습니다.

본 변호사는 상대방 서면의 그러한 진술을 면수까지 특정해 인용하여, 판단기준이 요구하는 두 자료가 모두 비어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iii) 본 변호사는 상대방의 주장이 상표법의 등록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상표등록의 요건은 사용의사이지 현실의 사용이 아니고, 미사용에 대한 제재는 취소심판 하나로 정해져 있으며, 그 취소의 효과마저 심판청구일에 소멸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논리대로라면 제3자가 심판청구서를 접수시키는 것만으로 상표권자는 심결이 확정될 때까지 자신의 권리에 관하여 말할 수 없게 되어, 상표법이 심판절차를 거쳐 권리의 소멸시점을 정하여 둔 규율이 형해화됩니다.

더욱이 분쟁의 원인은 상표가 이미 공시된 뒤에 저촉되는 명칭을 새로 채택한 상대방 자신의 선택에 있었고, 상대방은 명칭을 바꾸기 전에 선등록상표를 조사하였는지조차 소명하지 못하였습니다.

 

 

(iv) 본 변호사는 보전의 필요성도 정면으로 다투었습니다.

의뢰인은 통지서 한 통을 보낸 뒤 거래처 고지도, 포털사이트 신고도, 고소·고발도 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상대방이 드는 명칭 교체 비용과 신뢰관계 손해는 상대방이 본안에서 패소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어서, 이 가처분이 인용되어도 막아지지 않는 손해였습니다.

금지의 대상이 의사표시 자체여서 별지 목록의 문언만으로는 무엇이 금지되는지 가릴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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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 신청을 전부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피보전권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설령 등록상표 중 일부가 불사용으로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거나, 업무가 비유사하여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판단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판단이 나오기 전에 상표권자로서 내용증명을 단 한 차례 발송한 것을 두고,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권리남용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본 변호사가 답변서에서부터 참고서면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전개한 주장 그대로입니다.

재판부는 영업이 방해되었거나 방해될 개연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근거는 세 가지였습니다.

의뢰인이 내용증명 한 차례 외에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거래처 고지나 포털·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게시 삭제 요청이 있었다고 볼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상대방이 통지를 받은 뒤에도 같은 상호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점입니다.

본 변호사가 보전의 필요성을 다투며 제시한 사정이 그대로 채택되었습니다.

보전의 필요성 역시 부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본안에서 침해가 확정되어 상대방이 상호를 변경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습니다.

그 손해는 상대방 자신이 등록상표를 침해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지, 의뢰인이 상표 사용을 위법하게 방해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손해라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접강제 신청도 함께 배척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이로써 자신의 등록상표권을 행사할 지위를 그대로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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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자가 침해로 인식한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사용의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금지청구권 행사의 첫 단계이자, 소송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주는 절차입니다.

등록상표 중 일부 지정업무가 나중에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전에 이루어진 권리행사가 위법해지지는 않습니다.

미사용에 대한 제재는 취소심판이고, 그 효과도 심판청구일부터 장래를 향해 미칠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를 가른 또 하나는 권리행사의 절제였습니다.

의뢰인은 통지서 한 통을 보냈을 뿐 거래처 고지나 포털 신고로 나아가지 않았고, 재판부는 바로 그 점을 들어 영업방해도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뒤에 명칭이나 상호를 채택하는 쪽은 선등록상표의 공시를 확인할 부담을 지며, 이를 확인하지 않고 채택한 뒤에 상표권자의 권리행사를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상표제도가 예정한 위험의 분배를 뒤집는 것입니다.

 

등록상표권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로 오히려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받으셨다면, 권리남용 판단기준이 요구하는 자료가 상대방 주장에 실제로 갖추어져 있는지부터 검토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