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 회사와 상대방은 회사 사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민·형사 분쟁을 겪었습니다. 양측은 분쟁을 정리하기 위해 예전 각서를 무효로 하고 각서를 새로 작성했는데, 그 핵심은 상대방이 의뢰인 회사의 대출 채무 3억 원을 대신 갚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약속한 1억 원만 갚았습니다. 대출 만기가 되자 의뢰인 회사는 나머지를 갚기 위해 은행에서 2억 원을 다시 빌려야 했고, 상대방은 이 재대출에 담보를 제공하고 만기 연장에도 동의했습니다.
의뢰인 회사가 각서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상대방은 각서가 무효라고 다투면서 오히려 회사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위약금 1억 원(예비적으로 3억 원)을 달라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 반사회질서·불법조건으로 무효인지
상대방은 각서가 형사고소 취하와 다른 퇴직자들에 대한 형사 제보 포기를 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 제151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각서에 적힌 '민·형사 소송 및 고발 등 어떠한 법적 문제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분쟁 재발을 막기 위한 통상의 부제소 문구일 뿐 위법행위 묵인과 결부된 것이 아니라는 점, 종전 각서를 명시적으로 무효로 하고 새로 쓴 경위를 들어 반박했습니다.
▸ 기망에 의한 취소인지
상대방은 법적 조치를 일체 하지 않겠다는 말에 속아 각서를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대방이 말하는 약정이 각서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 신의칙 위반인지
상대방은 회사가 소송 전까지 변제를 요구한 적이 없으니 각서가 무효임을 인정한 셈이라고 했습니다. 상대방 스스로 각서에 따라 1억 원을 갚았고, 회사 재대출에 담보를 제공하며 만기 연장에 동의한 사실을 들어 이 주장을 넘었습니다.
▸ 위약금 반소
각서는 회사와 대표이사를 구분해 적으면서 위약금을 낼 사람을 대표이사 개인으로 정하고 있었고, 대표이사가 상대방을 속였다는 사실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회사에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항소심은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상대방은 의뢰인 회사에 250,819,495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청구액 253,571,932원 중 소멸시효가 지난 2,752,437원만 제외).
- 상대방의 위약금 반소는 기각한다.
-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해 95%를 상대방이 부담하고, 가집행할 수 있다.
상대방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민·형사 분쟁을 정리하면서 쓴 각서라도, 위법행위를 묵인하는 대가가 결부되지 않았다면 약속한 대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상대방이 각서에 따라 일부를 갚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등 실제로 이행한 사실은, 나중에 각서가 무효라는 주장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한 자료가 됩니다.
